학창 시절, '너는 반 평균 깎아먹는 애'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 혹시 있으신가요? 아니면 누군가 그런 말을 듣는 걸 옆에서 본 적이라도요. 시험지를 돌려받던 그 교실, 익숙한 장면 아니신가요?
그런데 이 장면을 잠깐 다르게 봐볼게요. 저 말 속에서 한 사람은, 자기 자신으로 거기 서 있지 못합니다. '반 평균'이라는 숫자에 더해지고 빠지는 한 칸으로만 남아 있죠. 칸트는 사람을 한낱 수단으로만 대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 누구든 어떤 숫자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목적, 그러니까 한 사람으로 대해져야 한다고요. 선생님이 못된 사람이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교실을 움직이는 건 평균과 등수인데, 그 표 어디에도 '이 아이가 어떤 사람인가'를 적을 칸은 없습니다. 칸이 없으니, 사람은 숫자로 환산되어 남죠. 성적을 적는 게 잘못이 아니라, 성적밖에 적을 칸이 없는 그 표가 사람을 지우는 겁니다.
저도 한동안은 누군가를 '일 잘하는 사람' '느린 사람'처럼 쓸모로만 떠올리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번 다시 보기 시작하니까, 그 사람이 숫자 뒤로 사라지던 순간들이 그제야 보이더라고요. 오늘 하루, 무심코 누군가를 '무엇에 쓸모 있는 사람'으로 떠올린 장면이 있었다면, 거기서 그 사람 자체는 어디에 있었는지 잠깐 낯설게 다시 봐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