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깨달음 · 오늘의 깨달음
비모욕

책상에 툭 던져진 제 보고서 — 던져진 건, 정말 종이뿐이었을까요?

회의 중이었습니다. 상사가 제 보고서를 받아 들더니, 모두가 보는 앞에서 책상에 툭 내려놓더라고요. 혹시, 비슷한 장면을 겪어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런데 이 장면을 잠깐 다르게 봐볼게요. 우리는 흔히 '그 상사가 무례했다'에서 생각을 멈춥니다. 그런데 한 걸음 떨어져 보면, 이상한 게 하나 보여요. 그 회의에는 보고서를 검토하고, 반려하고, 다시 고치라고 지시하는 절차는 다 있는데, 정작 그 보고서를 만든 '사람'을 지켜 줄 자리는 어디에도 없더라고요. 철학자 아비샤이 마갈릿은 좋은 사회를 '정의로운가'가 아니라 '제도가 사람을 모욕하지 않는가'로 물었습니다. 종이는 던질 수 있어도 사람은 던질 수 없는 건데, 그 방에서는 그 둘이 너무 쉽게 포개졌습니다. 그러니 진짜 문제는 한 사람의 인성이 아니라, 모욕이 '강한 피드백'처럼 보이도록 비어 있는 그 자리일지도 모릅니다.

저도 어제까진 그냥 '기분 나쁜 회의였다' 정도로 넘겼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번 다시 보기 시작하니까, 안 보이던 게 보이더라고요. 오늘 하루, 누군가의 무언가가 '툭' 하고 놓이던 순간을 잠깐 떠올려 보세요. 거기서 종이와 사람이, 혹시 너무 가깝게 포개져 있지는 않았는지.

오늘의 시선 — 아비샤이 마갈릿(Avishai Margalit): 품위 있는 사회(The Decent Society) — 제도가 사람을 모욕하지 않는 사회 · 좋은 사회의 기준을 '정의로운가'가 아니라 '제도가 사람을 모욕하지 않는가'에 두는 시선이에요. 개인의 친절을 넘어, 한 사람을 모욕하지 않도록 짜인 구조가 있느냐를 봅니다.

이 시선을 더 들여다보고 싶다면

품위 있는 사회 (The Decent Society) · 아비샤이 마갈릿(Avishai Margalit) · 1996

좋은 사회를 '얼마나 정의로운가'가 아니라 '제도가 사람을 모욕하지 않는가'라는 물음으로 다시 보는 책입니다.

오늘처럼 누군가 모두 앞에서 깎이는 장면이, 한 사람의 무례가 아니라 제도에 비어 있는 자리에서 온다는 걸 더 들여다보고 싶다면 좋은 길잡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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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e

함께 한 주를 돌아보는 커플 다이어리. 우리가 안에 쓴 것만,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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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

오늘 제 앞에서, 혹은 제가 누군가 앞에서 — '서류'는 다뤘지만 '사람'은 빠뜨린 순간이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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