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일을 받을 때, '네가 뭘 하고 싶은지' 물어봐 주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은 '시키는 거나 잘하라'는 말이 먼저 오죠. 혹시, 익숙한 장면 아니신가요?
그런데 이 장면을 잠깐 다르게 봐볼게요. '시키는 걸 잘한다'는 건, 이미 정해진 일을 채우는 자리입니다. 그 안에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가 들어설 칸이 따로 없죠.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사람의 존엄을, 능력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그 능력을 실제로 펼칠 자유가 열려 있느냐로 봤습니다. 이걸 역량 접근법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문제는 누가 못된 상사라서가 아니라, 그 자리 자체에 '이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볼 칸이 처음부터 빠져 있다는 거예요. 일은 시킬 수 있어도, 사람이 자라는 건 시켜서 되는 일이 아니니까요.
저도 한동안은 '시키는 거 잘하면 되지' 하고 그냥 넘겼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번 다르게 보기 시작하니까, 정작 그 자리에 '제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는 빠져 있었다는 게 보이더라고요. 오늘 하루, 익숙하게 '시키는 일'을 하던 한 장면을 잠깐 낯설게 다시 봐보세요. 거기에 제가 펼치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