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깨달음 · 오늘의 깨달음
비모욕

'어디가 불편하신데요?' — 그 확인이, 꼭 모두가 듣는 데서여야 했을까요?

주차장에서 단속하시는 분이 다가와, 사람들 다 보는 데서 제 몸이 어디가 어떻게 불편한지를 묻습니다. 줄 서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제게로 옵니다. 혹시, 보는 눈들 앞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했던 적, 있으신가요?

그런데 이 장면을 잠깐 다르게 봐볼게요. 자격을 확인하는 일 자체는 잘못이 아닙니다. 문제는, 확인하는 방식에 '조용히 물어볼 자리'가 없다는 거예요.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은 존중이란 누군가를 돕거나 확인할 때조차 그 사람을 작아지게 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도움도 확인도, 사람을 선 채로 둘 수 있고 무릎 꿇린 채로 할 수도 있는데 — 그 차이를 가르는 건 단속하던 분의 친절이 아니라, 애초에 어디서 확인하게 설계됐느냐입니다. 그분이 유난히 모진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남들 안 듣는 데서 확인할 칸'이 처음부터 마련돼 있지 않았던 거죠. 모욕은 대개 누군가의 악의가 아니라, 그 빈칸에서 조용히 새어 나옵니다.

저도 예전엔 그런 장면을 보면 '확인이야 해야지 뭐' 하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번 다시 보기 시작하니까, 확인이 문제가 아니라 '어디서, 누가 듣게' 하느냐가 사람을 세우기도 깎기도 한다는 게 보이더라고요. 오늘 하루, 누군가를 확인하거나 도와주는 장면 하나를 잠깐 낯설게 다시 봐보세요. 그 사람이 선 채로였는지, 조금 작아진 채로였는지.

오늘의 시선 — 리처드 세넷(Richard Sennett): 존중(Respect) — 불평등 속에서도 사람을 깎아내리지 않는 법 · 존중이란, 누군가를 돕거나 확인할 때조차 그 사람이 작아지지 않도록 대하는 태도라는 뜻입니다.

이 시선을 더 들여다보고 싶다면

불평등 사회의 인간 존중 (Respect in a World of Inequality) · 리처드 세넷 · 2003

불평등은 쉽게 사라지지 않더라도, 사람을 깎아내리지 않고 존중하며 함께 사는 일은 따로 배우고 설계해야 한다고 말하는 책입니다.

오늘처럼 '확인'과 '모욕'이 한 끗 차이로 갈리는 장면을, 개인의 무례가 아니라 제도와 태도의 문제로 다시 들여다보고 싶다면 좋은 길잡이가 됩니다.

PPAI Lab · 소개
Calliope

매일 한 편의 시와 묵상. 중장년의 삶의 의미를 조용히 음미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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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

오늘 누군가를 확인하거나 도와준 그 순간, 상대는 선 채로였을까요, 아니면 조금 작아진 채로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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