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어르신께 자리를 양보하고, 무거운 짐까지 받아 선반에 올려 드렸습니다. 그런데 '고맙습니다' 하는 인사는, 제 옆에 서 있던 다른 분이 받으시더라고요. 혹시, 비슷한 순간 겪어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런데 이 장면을 잠깐 다르게 봐볼게요. 보통은 '뭐, 인사 한 번 잘못 간 거지' 하고 그냥 넘깁니다. 그런데 철학자 찰스 테일러는, 사람은 혼자 힘으로 '내가 누구다'를 정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봐 주는 그 자리 안에서 자기 모습을 갖춰 간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그 짧은 순간, 짐을 든 사람이 누구였는지 읽히지 않은 건 누가 무심해서라기보다, 장면을 빠르게 훑는 눈에 '실제로 그 일을 한 사람'이 들어설 칸이 애초에 없었던 겁니다. 낯선 사람들 사이의 짧은 장면은, 흔히 '그 자리에 어울려 보이는 사람'에게 인사를 돌려보내거든요. 한 일은 분명 거기 있었는데, 그 일을 한 사람만 그림에서 슬쩍 지워진 거죠. 누가 못돼서가 아니라, 우리가 장면을 읽는 방식 자체에 그 사람을 위한 자리가 비어 있었던 겁니다.
저도 어제까진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그냥 웃어넘겼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번 다시 보기 시작하니까, 정작 제가 누군가에게 고맙다고 말할 때 그 일을 한 사람을 제대로 보고 있었나, 그게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오늘 하루, 제가 건넨 '고맙습니다'가 정말 그 일을 한 사람에게 가 닿았는지, 잠깐 낯설게 다시 봐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