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밖에서 밥 한 끼 하려고, 곁을 도와주는 분과 함께 식당에 들어섭니다. 자리에 앉자 '여기는 한 분당 메뉴 하나씩은 주문하셔야 해요'라는 안내가 돌아옵니다. 같이 온 그분 몫까지요. 잠깐, 손이 멈춥니다.
멈춘 손끝에서, 방금 들은 규칙을 한 번 되짚어 봅니다. 규칙이 헤아리는 것은 자리에 앉은 사람의 수입니다. 앉은 사람이 둘이면 메뉴도 둘 — 여기까지는 어긋난 데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 둘 중 한 사람은, 다른 한 사람이 여기 앉을 수 있게 곁에 온 사람입니다. 먹으러 온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외출을 여는 조건으로 온 셈이죠. 마사 누스바움은 존엄을 '자기 역량을 실제로 펼칠 자유'에서 봤습니다 — 들어와도 된다는 허락이 아니라, 정말로 밥 한 끼를 할 수 있느냐는 실제 자유요. 이 규칙에는 그 자유를 여는 '도움'을 놓을 칸이 없습니다. 그래서 곁에 온 사람은 손님 하나로 세어지고, 한 사람이 그 자리에 앉기 위한 조건에 슬며시 값이 붙습니다.
규칙은 대개 눈에 보이는 것을 셉니다 — 앉은 사람, 시킨 메뉴, 지나간 시간. 정작 그 사람이 거기 있을 수 있게 곁에서 받쳐 준 무엇은, 어느 칸에도 잘 잡히지 않습니다. 세어진 한 자리 뒤에, 아무 칸에도 들지 못한 채 그 자리를 열어 준 다른 자리가 있었다는 것 — 오늘은 그 보이지 않던 쪽에, 시선이 한 번쯤 머물러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