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얘기가 나온 김에, 하고 싶은 걸 한 문장으로 꺼내 봅니다. 돌아온 대답은 짧습니다. '그건 돈이 안 돼.' 대화는 거기서 끝납니다. 이 다섯 글자, 어디선가 들어 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사 누스바움은 사람의 힘을 두 겹으로 나눠서 봤습니다. 한 겹은 그 사람 안에서 자란 능력이고, 다른 한 겹은 그 능력이 실제로 펼쳐지도록 바깥이 내어 주는 자리입니다. 안쪽만 있고 바깥이 없으면, 능력은 있어도 없는 것처럼 지나갑니다. 두 겹이 만나야 비로소 '할 수 있음'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말로 이 장면을 보면, '그건 돈이 안 돼'는 바깥 자리에 관한 정보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그 한마디로 대화가 끝났다면, 그 길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디에서 시작하고 무엇으로 먹고사는지는 아직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셈입니다. 닫는 말은 놓였는데, 여는 말이 놓일 자리가 통째로 비어 있는 겁니다.
하고 싶다는 말이 나왔고, 대답도 곧바로 나왔습니다. 그 둘 사이에 아직 아무도 꺼내지 않은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 그 길의 첫걸음을 어디에 딛는가. 닫는 말은 다섯 글자로 충분했는데, 여는 말은 아직 한 번도 발음되지 않았습니다. 그 자리에 무엇이 적히느냐에 따라, 그 길은 없는 길이 되기도 하고 아직 아무도 알려 주지 않은 길이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