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깨달음 · 오늘의 깨달음
인정

서류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자리가, 점심시간마다 사무실에 하나 남습니다.

입사 한 달째입니다. 점심시간이면 옆자리에서 의자 끄는 소리가 나고, 사람들이 우르르 나가고, 사무실엔 한 사람만 남습니다. 회의 소집 알림도 어쩐지 그 한 사람만 비껴갑니다.

그 사람을 이 사무실에 들이는 데 필요한 절차는 첫날에 이미 다 끝나 있었습니다. 책상, 계정, 급여 계좌, 명단 — 담당자가 정해져 있는 일들이었으니까요. 누가 나가라고 시킨 것도, 부르지 말라고 정해 둔 것도 아닙니다. 악셀 호네트는 사람이 한 사람으로 서는 건 곁에 있는 이들이 그를 '한몫하는 사람'으로 받아들일 때라고 봤습니다. 그런데 그 받아들이는 일에는 담당자가 없습니다. 입사 절차서는 자리 배치와 계정 발급에서 멈추고, 점심때 한 사람을 더 부르는 일이나 회의 소집 명단에 이름 하나를 더 넣는 일은 어느 부서의 업무 분장에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 사무실에 비어 있는 건 그 사람의 자리가 아니라, 그를 자리에 들이는 일을 맡은 사람입니다.

밀어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들이는 일이 누구의 업무로도 적히지 않았을 뿐입니다. 절차가 전부 끝난 사무실에도, 서류로는 처리되지 않는 일 하나가 매일 그대로 남습니다. 그 자리에 필요한 것이 서류 한 장이 아니었다면, 오늘 거기 남아 있던 건 무엇이었을까요.

오늘의 시선 — 악셀 호네트(Axel Honneth): 인정(Anerkennung) — 사람은 곁의 사람들이 자기를 '한몫하는 사람'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한 사람으로 선다 · 사람은 혼자 힘으로 자기가 누구인지 세우지 못하고, 곁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보고 받아들여 줄 때에야 온전한 한 사람으로 서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 시선을 더 들여다보고 싶다면

인정투쟁 (Kampf um Anerkennung) · 악셀 호네트 · 1992

사람이 사람으로 서는 일은 혼자 되는 게 아니라, 가까운 이들의 애정과 법적 권리와 사회적 존중이라는 세 가지 인정 속에서 이뤄진다고 말하는 책입니다.

계약과 계정은 첫날 처리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아무의 업무도 아닌 오늘의 장면을, 이 책은 인정의 어느 자리가 비어 있는지로 읽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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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iope

매일 한 편의 시와 묵상. 중장년의 삶의 의미를 조용히 음미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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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

같이 가자고 부르는 그 한마디는, 오늘 어느 부서의 업무 분장에 들어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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