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에서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하고 새 방법을 하나 꺼내 봅니다. 그러면 '그냥 원래 하던 대로 하자'는 답이, 제안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돌아옵니다. 이 반 박자 빠른 대답, 어디선가 들어 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눈에 걸리는 건 대답의 내용이 아니라, 그 대답이 도착한 속도입니다. 대답이 제안보다 빨랐다는 건, 제안이 끝까지 들린 적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무엇을 하자는 말인지 확인되기도 전에, 그 자리는 이미 닫혀 있던 셈이지요.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은 사람에게 중요한 건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그 능력을 실제로 써 볼 기회가 열려 있느냐라고 봤습니다. 할 줄 아는 것과, 그것을 해 봐도 되는 자리는 다른 문제라는 겁니다. 그러니 이 장면에서 비어 있는 건 누군가의 의욕이 아니라, 새 방법 하나를 한 번 시험해 볼 통로입니다. '원래 하던 대로'는 오늘 일을 굴러가게 하지만, 그 문장이 지날 때마다 아직 열어 보지 않은 방법 하나가 조용히 접힙니다.
새 제안이 '반려'되는 건 눈에 보이지만, 그 제안을 한 번 시험해 볼 자리가 처음부터 없었다는 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 어딘가에서 '원래 하던 대로'라는 대답이 제안보다 먼저 도착했다면, 거기서 접힌 건 한 사람의 방법 하나였을지도 모릅니다. 무엇이 반려됐는지 말고, 무엇이 애초에 시도될 자리가 없었는지를 한번 떠올려 두셔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