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깨달음 · 오늘의 깨달음
역량

나이 한 줄을 읽는 데 삼 초, 그가 무얼 할 수 있는지는 그 뒤로 한 번도 묻지 않았습니다.

경력을 정리해 이력서를 넣고, 면접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몇 마디 오가기도 전에 '나이가 좀…' 하는 말에서 대화가 접혔습니다. 준비해 간 이야기는 가방 밖으로 나오지도 못한 채였고요.

면접이라는 자리는 보통, 마주 앉아 이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고 마련됩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는 그 확인이 시작되기도 전에 문이 닫혔습니다. 나이라는 한 줄이, 그 뒤에 이어질 모든 이야기를 대신 판단해 버린 셈입니다.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존엄을 '자기가 가진 역량을 실제로 펼쳐 볼 자유'에서 찾았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느냐만이 아니라, 그걸 보여줄 자리가 열려 있느냐를 함께 물은 것이죠. 이 장면에서 비어 있는 건 그 사람의 능력이 아니라, 능력이 드러날 수 있는 몇 분입니다. 할 수 있는 것을 꺼내 놓을 자리가 처음부터 마련되지 않았다면, 정작 그 자리에서 읽힌 건 그 사람이 아니라 나이라는 한 줄뿐인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를 짧게 판단하게 되는 순간은 하루에도 여러 번 스쳐 갑니다. 그 판단이 내려지기 전에, 상대가 무언가를 보여줄 자리가 한 번이라도 열려 있었는지. 닫힌 문 뒤에 남은 것이 정말 그 사람의 부족함이었는지, 아니면 끝내 열리지 않은 몇 분이었는지. 오늘 스쳐 보낸 어느 얼굴 앞에도, 미처 열어 두지 못한 그런 몇 분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오늘의 시선 — 마사 누스바움(Martha Nussbaum): 역량 접근법(Capability Approach) · 존엄은 무엇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자기가 가진 능력을 실제로 펼쳐 볼 자유가 열려 있느냐에 있다는 시선입니다.

이 시선을 더 들여다보고 싶다면

《역량의 창조 (Creating Capabilities)》 · 마사 누스바움 · 2011

사람을 얼마나 가졌는지가 아니라, 실제로 무엇을 하고 무엇이 될 수 있는지로 바라보자는 제안을 담은 책입니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줄 자리조차 열리지 않은 오늘의 장면을, 역량이라는 렌즈로 더 들여다보고 싶을 때 곁에 둘 만한 책입니다.

PPAI Lab · 게임 소개
BuddyDrop

친구랑 통화하면서 같이 블록을 떨어뜨리는 듀얼 블록 게임. 둘이 한 화면, 한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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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

오늘 누군가를 빠르게 판단하기 전에, 그 사람이 무언가를 보여줄 자리를 한 번쯤 열어 두고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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