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상을 다들 맛있게 비웁니다. '잘 먹었다'는 말은 오가는데, 정작 '이거 누가 다 차렸냐'고 묻는 사람은 없습니다. 혹시, 익숙한 장면 아니신가요?
그런데 이 장면을 잠깐 다르게 봐볼게요. '잘 먹었다'는 음식에 대한 칭찬입니다. 그런데 그 음식을 만든 사람은, 칭찬이 오가는 바로 그 자리에 정작 등장하지 않습니다. 철학자 악셀 호네트는, 사람이 사람으로 선다는 건 자기가 한 일이 '내가 한 일'로 되돌아올 때라고 봤습니다. 그걸 인정(Anerkennung)이라고 불렀어요. 누가 못된 게 아닙니다. 그 식탁에는 '음식'을 말하는 자리는 있어도, '만든 사람'을 불러 세우는 자리가 없을 뿐입니다. 화목해 보이죠. 그런데 그 화목이 한 사람의 보이지 않는 손 위에 차려진 거라면, 그 손은 대체 어디에서 한 사람으로 되돌아오나요.
저도 어제까진 그냥 '잘 먹었다' 한마디 하고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번 다시 보기 시작하니까, 그 상을 차린 손이 비로소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오늘 하루, 누군가 차려둔 무언가를 무심코 누리고 지나간 장면이 있었는지, 잠깐 낯설게 다시 봐보세요. 거기 누구의 이름이 빠져 있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