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공고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주인의식을 갖고, 회사를 내 일처럼 여기실 분.' 면접에서도 비슷한 말을 듣습니다. 혹시, 어디선가 본 적 있는 문장 아니신가요?
그런데 이 문장을 잠깐 다르게 봐볼게요. '회사를 내 일처럼 여기라'는 건, 회사의 목적을 내 목적으로 삼아 달라는 부탁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 일의 결정권도, 돌아오는 몫도, 끝나고 남는 이름도 내 것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칸트는 사람을 대하는 한 가지 원칙을 이렇게 남겼습니다 — 누군가를 한낱 수단으로만 쓰지 말고, 언제나 동시에 그 자체로 목적인 사람으로 대하라고요.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건 목적을 떠안으라는 뜻인데, 정작 그 사람이 '주인'으로 앉을 자리는 어디에도 만들어져 있지 않습니다. 누가 나빠서가 아니라, 시스템에 그 칸이 처음부터 비어 있는 거죠. '내 일처럼 일하라'는 요구가 끝내 그 일을 내 것으로 만들어 주지 않을 때, 그건 주인의식이 아니라 주인 없는 책임일지도 모릅니다.
저도 어제까진 '주인의식'이라는 말을 그냥 좋은 말로 흘려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번 다시 보기 시작하니까, 그 말이 누구에게 책임을 옮겨 두고 있는지가 보이더라고요. 오늘 하루, 무심코 '내 일처럼'이라고 말했거나 들었던 순간을 잠깐 낯설게 다시 봐보세요. 거기서 책임만 건너왔는지, 자리도 함께 왔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