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깨달음 · 오늘의 깨달음
비모욕

단톡방에 박제된 내 실수, 다들 웃었죠 — 원래 사라질 자리는 없었던 걸까요?

단톡방에 무심코 보낸 오타 하나가 캡처돼서 다시 올라옵니다. 웃는 이모티콘이 줄줄이 달리고요. 혹시, 비슷한 장면 겪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런데 이 장면을 잠깐 다르게 봐볼게요. 웃는 이모티콘을 누른 사람들 중에 정말 못된 사람은 아마 한 명도 없었을 겁니다. 다들 그냥 '가벼운 장난'이었겠죠. 철학자 아비샤이 마갈릿은 '품위 있는 사회'를 이야기합니다. 구성원이 서로 친절한 사회를 넘어, 제도와 공동체 자체가 사람을 깎아내리지 않는 사회라는 뜻인데요. 여기서 중요한 건, 사람을 작게 만드는 일이 꼭 누군가의 악의에서 오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한 사람의 실수가 지워질 자리 없이 계속 떠도는 구조, 그 구조 자체가 사람을 작아지게 만들거든요. 화기애애해 보이죠. 그런데 그 화기애애함의 조건이 누군가의 실수가 영영 떠도는 것이라면, 그건 즐거움이 아니라 모욕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저도 그런 단톡방에서 같이 웃는 이모티콘을 눌렀던 적이 있습니다. 그땐 그냥 분위기 맞추는 거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한번 다르게 보기 시작하니까, 그 웃음 뒤에서 조용히 작아지던 한 사람이 보이더라고요. 오늘 하루, 무심코 같이 웃었던 장면 하나를 잠깐 낯설게 다시 봐보세요. 그 웃음의 자리에, 누가 빠져 있었는지.

오늘의 시선 — 아비샤이 마갈릿(Avishai Margalit): 품위 있는 사회(The Decent Society) — 제도가 사람을 모욕하지 않는 사회 · 좋은 사회를 가르는 기준은 사람들이 서로 얼마나 친절한가를 넘어, 제도와 공동체 자체가 사람을 모욕하지 않느냐에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 시선을 더 들여다보고 싶다면

품위 있는 사회 (The Decent Society) · 아비샤이 마갈릿 · 1996

좋은 사회인지 아닌지는 사람들이 얼마나 잘 대접받느냐가 아니라, 그 사회의 제도가 사람을 모욕하지 않느냐로 가려진다고 말하는 책입니다.

오늘 단톡방 장면처럼, 모욕이 꼭 누군가의 악의가 아니라 '구조'에서 올 수 있다는 시선을 더 들여다보고 싶다면 좋은 길잡이입니다.

PPAI Lab · 소개
Calypso

매일 아침 한 편, 4분의 뒷이야기. 도움은 안 되지만 그냥 읽어보면 재밌는 거.

자세히 보기 →
오늘의 질문

오늘 내가 '그냥 장난'이라며 같이 웃었던 그 자리에, 혹시 조용히 작아진 누군가가 있지는 않았을까요?

🎬 영상으로 보기📝 블로그에서 풀버전 읽기

내 책갈피 보기 →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