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상담을 하다 보면, 가끔 이런 말이 건너옵니다. '됐고, 윗사람 바꿔요. 그쪽 말고요.' 같은 말을 하기도 하고 받기도 하면서, 어느 쪽이든 한 번쯤 겪어보셨을 겁니다. 혹시, 익숙한 장면 아니신가요?
그런데 이 장면을 잠깐 다르게 봐볼게요. '윗사람 바꿔'라는 말이 미운 게 아닙니다. 이상한 건, 그 짧은 문장 안에 '사람'이라는 단어가 분명히 들어 있는데, 정작 전화를 받던 사람은 그 '사람'에서 쏙 빠져 있다는 점이에요.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는 방식을 두 갈래로 나눴습니다. 마주 선 '너'로 부르는 만남(나-너), 그리고 어떤 기능을 통과하는 '그것'으로 대하는 만남(나-그것). 콜센터라는 자리는 설계부터, 전화를 받은 사람을 문제를 위로 넘기는 통로로만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가 못돼서가 아니라, 그 자리엔 '한 사람'으로 마주 설 칸이 처음부터 없는 거죠. 친절은 매뉴얼 안에 있는데, 마주 보는 일은 매뉴얼 밖에 있습니다.
저도 빨리 일을 끝내고 싶을 때, 앞에 있는 사람을 통로처럼 지나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번 다시 보기 시작하니까, 안 보이던 게 보이더라고요. 오늘 하루, 무심코 '됐고, 다음'으로 넘긴 얼굴 하나를 잠깐 다시 떠올려 보세요. 거기에 마주 설 '한 사람'이 있지는 않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