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이나 인턴으로 일해본 적 있으신가요. 마지막 날이 되면 그동안 알던 걸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 인수인계를 하고, '그동안 수고 많았어요' 한마디를 듣고 짐을 챙깁니다. 혹시, 익숙한 장면 아니신가요?
그런데 이 장면을 잠깐 다르게 봐볼게요. '수고했다'는 마지막 인사가 야박한 건 아닙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 인사가 따뜻할수록 관계가 딱 '일이 끝나는 그 지점'에서 같이 끝난다는 거예요. 철학자 칸트는, 사람을 어떤 쓸모를 위한 수단으로만 대할 수도 있고, 쓸모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하나의 목적으로 대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수단으로만 맺은 관계는 쓸모가 끝나는 순간 함께 끝나지만, 목적으로 맺은 관계는 일이 끝나도 사람이 남죠. 누가 못돼서가 아니라, 그 자리엔 '일이 끝난 뒤에도 남는 사람'을 적을 칸이 처음부터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따뜻한 인사 한마디가, 때로는 관계의 시작이 아니라 정산의 마지막 줄이 되기도 합니다.
저도 함께 일하던 사람이 떠날 때, '수고했다' 한마디로 마음 편히 정리한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번 다시 보기 시작하니까, 그 인사가 그 사람을 향한 거였는지 아니면 끝난 일을 향한 거였는지, 잠깐 헷갈리더라고요. 오늘 누군가와의 끝맺음 한 장면을 '일이 끝나서 끝난 건지, 사람이 남아서 이어지는 건지' 한번 낯설게 다시 봐보세요. 거기 무엇이 빠져 있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