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째 곁을 지키며 간병을 해온 건 저였습니다. 그런데 서류의 '보호자' 칸엔, 다른 사람 이름이 적혀 있더라고요. 혹시, 어딘가 익숙한 장면 아니신가요?
그런데 이 장면을 잠깐 다르게 봐볼게요. 간병이라는 건, 누군가를 끝까지 '한 사람'으로 알아보는 일입니다. 씻기고, 먹이고, 밤을 새우며 그 사람의 하루를 붙드는 일이니까요. 철학자 헤겔은, 사람은 서로를 알아볼 때 비로소 온전한 한 사람으로 선다고 보았습니다. 알아봄이 한쪽으로만 흐르면, 그 관계는 어딘가 비어버린다고요. 그런데 이상하죠. 가장 깊이 누군가를 알아본 사람이, 정작 서류 위에서는 알아봐지지 않습니다. 그건 그 칸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 제도에 '실제로 곁을 지킨 사람'을 적을 칸이 처음부터 없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저도 그 칸을 그냥 빈자리 채우듯 무심코 넘겼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번 다시 보기 시작하니까, 그 칸이 끝내 담지 못한 게 무엇이었는지 보이더라고요. 오늘 하루, 무심코 지나친 어떤 '명단'이나 '서류' 하나를 잠깐 낯설게 다시 봐보세요. 거기, 정작 곁을 지킨 사람의 이름이 빠져 있진 않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