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급식 줄에 서서 카드를 내밉니다. 그런데 줄 선 친구들이 다 듣게, '아, 이건 무료 대상이지' 하고 확인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혹시,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장면 아니신가요?
그런데 이 장면을, 잠깐 다르게 봐볼게요. 그 한마디를 한 사람이 나쁜 마음이었던 건 아닐 겁니다 — 그냥 정해진 절차대로 확인한 것뿐이죠. 다시 보게 되는 건 그 절차 쪽입니다. 누가 도움을 받는지 '가려내는' 칸은 또박또박 있는데, 그걸 '조용히 건네는' 칸은 어디에도 설계돼 있지 않거든요. 정치철학자 아비샤이 마갈릿은 이런 자리를 두고 '품위 있는 사회'를 이야기합니다. 도움을 주면서도, 도움받는 사람을 줄 세워 드러내지 않는 사회 말이죠. 한 끼를 주는 일은 분명 선의입니다. 그런데 그 선의를 받는 데 '누가 받는지'를 모두 앞에서 확인해야만 한다면, 그 줄에서 사라지는 건 밥이 아니라, 그 사람이 그냥 '점심 먹는 한 사람'으로 있을 자리입니다.
저도 예전엔 이런 장면을 '원래 그런 절차겠거니' 하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한번 이렇게 다시 보기 시작하니까,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건네는 자리마다 '조용히 건넬 칸이 있는지'가 보이더라고요. 오늘 하루, 누군가를 돕거나 확인하는 장면 하나를 잠깐 낯설게 다시 봐보세요. 거기에 그 사람이 '그냥 평범한 한 사람'으로 있을 자리가, 남아 있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