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실 앞을 지나며 누가 이렇게 말합니다. '아저씨,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들어.' 대답을 들으려는 게 아니라, 그냥 시키고 지나가는 말투였어요. 혹시,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 아니신가요?
그런데 이 장면을 잠깐 다르게 봐볼게요.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우리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두 가지가 있다고 했어요. 하나는 '나와 너', 마주 앉아 서로를 사람으로 만나는 관계예요. 다른 하나는 '나와 그것', 상대를 그저 내 용건을 처리해 줄 무언가로 두는 태도고요.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말 안에는, 사실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처음부터 궁금하지 않았다는 게 들어 있어요. 알아들어야 할 상대가 아니라, 시키면 움직이면 되는 쪽으로 본 거죠. 무례한 누군가를 탓하자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다만 우리도 바쁠 땐, 누군가를 '너'로 마주하는 대신 '그것'으로 스쳐 지나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도 어제까진, 바쁘면 사람한테 용건만 툭 던지고 지나가곤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한번 다시 보기 시작하니까, 그 짧은 순간에 상대를 '사람'이 아니라 '처리할 일'로 대하고 있었다는 게 보이더라고요. 오늘 하루, 무심코 용건만 건넨 그 한마디를 잠깐 떠올려 보세요. 그 앞에 서 있던 게 일이었는지, 사람이었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