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을 마치고 거스름돈이랑 카드를 받는데, 손에 쥐여주는 게 아니라 계산대 위에 툭 던지듯 놓더라고요. 큰일도 아니고, 뭐라 하기도 애매하고, 눈도 안 마주치고요. 혹시, 이런 순간 겪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런데 이 장면을 잠깐 다르게 봐볼게요. 정치철학자 아비샤이 마갈릿은 좋은 사회의 기준을 '제도가 사람을 모욕하지 않는 것'에 두고, 그런 사회를 '품위 있는 사회'라고 불렀습니다. 그가 말한 모욕이란, 누군가에게 '나는 여기서 사람 대접을 못 받았다'고 느낄 만한 정당한 이유를 주는 일이에요. 그리고 그 모욕은 거창한 제도만이 아니라, 아주 작은 몸짓 하나에서도 똑같이 일어납니다. 돈을 손에 건넬 수도 있고, 던지듯 놓을 수도 있어요. 그 몇 초의 차이는 액수의 차이가 아니라, 앞에 선 사람을 '사람'으로 보았는가의 차이입니다. 그러고 보면 던져진 건 동전이 아니라, 잠깐이라도 마주 볼 수 있었던 눈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저도 어제까진 이런 순간을 그냥 '기분 좀 상했다'로 넘기고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한번 다르게 보기 시작하니까,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는 이 작은 건넴들이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오늘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건넬 때, 그걸 손에 놓아드렸는지 아니면 툭 던지듯 놓았는지 — 그 몇 초를 잠깐 낯설게 다시 봐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