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깨달음 · 오늘의 깨달음
비모욕

계산대에 툭 던져진 잔돈 — 그때 던져진 게, 정말 동전뿐이었을까요?

계산을 마치고 거스름돈이랑 카드를 받는데, 손에 쥐여주는 게 아니라 계산대 위에 툭 던지듯 놓더라고요. 큰일도 아니고, 뭐라 하기도 애매하고, 눈도 안 마주치고요. 혹시, 이런 순간 겪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런데 이 장면을 잠깐 다르게 봐볼게요. 정치철학자 아비샤이 마갈릿은 좋은 사회의 기준을 '제도가 사람을 모욕하지 않는 것'에 두고, 그런 사회를 '품위 있는 사회'라고 불렀습니다. 그가 말한 모욕이란, 누군가에게 '나는 여기서 사람 대접을 못 받았다'고 느낄 만한 정당한 이유를 주는 일이에요. 그리고 그 모욕은 거창한 제도만이 아니라, 아주 작은 몸짓 하나에서도 똑같이 일어납니다. 돈을 손에 건넬 수도 있고, 던지듯 놓을 수도 있어요. 그 몇 초의 차이는 액수의 차이가 아니라, 앞에 선 사람을 '사람'으로 보았는가의 차이입니다. 그러고 보면 던져진 건 동전이 아니라, 잠깐이라도 마주 볼 수 있었던 눈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저도 어제까진 이런 순간을 그냥 '기분 좀 상했다'로 넘기고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한번 다르게 보기 시작하니까,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는 이 작은 건넴들이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오늘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건넬 때, 그걸 손에 놓아드렸는지 아니면 툭 던지듯 놓았는지 — 그 몇 초를 잠깐 낯설게 다시 봐보시면 어떨까요.

오늘의 시선 — 아비샤이 마갈릿(Avishai Margalit): 품위 있는 사회 — 제도가 사람을 모욕하지 않는 사회 · 존엄이 상하는 건 큰 사건이나 거창한 제도에서만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으로 안 보는' 작은 몸짓 하나에서도 시작된다는 뜻입니다.

이 시선을 더 들여다보고 싶다면

품위 있는 사회 (The Decent Society) · 아비샤이 마갈릿 · 1996

좋은 사회의 기준은 '무엇을 해주느냐'가 아니라 '사람을 모욕하지 않느냐'에 있다고 말하는 책입니다.

오늘 계산대의 그 작은 몸짓처럼, 모욕이 어떻게 사소한 순간에 깃드는지 더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 책이 차분한 길잡이가 됩니다.

PPAI Lab · 소개
Calypso

매일 아침 한 편, 4분의 뒷이야기. 도움은 안 되지만 그냥 읽어보면 재밌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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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

오늘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건넬 때, 저는 그걸 손에 놓아드렸을까요, 아니면 툭 던지듯 놓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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