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에서 직원분이 휠체어에 앉은 저는 건너뛰고, 옆에 선 일행한테만 말을 걸 때가 있어요. 정작 물건을 고르고 값을 치를 사람은 저인데도요. 저만 겪는 일은 아니겠죠.
직원분의 말이 누구를 향해 갔는지, 그 방향 하나만 가만히 따라가 보겠습니다. 무엇을 드릴지 묻는 말도, 눈맞춤도, 값을 알려주는 말도, 전부 제 옆 사람에게 향했습니다. 저는 분명 그 자리에 있었는데, 대화의 상대로는 초대받지 못한 거예요. 철학자 헤겔은 사람이 한 사람으로 서는 순간을, 누군가 나를 마주 보고 말을 걸어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아봐 줄 때라고 했습니다 — 인정이란 혼자 완성되는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알아볼 때에야 각자가 비로소 '나'로 선다는 거죠. 그렇게 보면 그 순간 건너뛰어진 건 제 차례가 아니라, 저를 마주 볼 상대의 시선 그 자체였습니다. 말이 자꾸 옆으로 흘러간 그 방향은, '여기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스쳐 지나간 방향이기도 했던 거예요.
저도 예전엔 이런 일을 겪으면 그냥 '오늘 무시당했나 보다' 하고 속으로 삼키고 말았어요. 그런데 말이 오가는 방향을 한 번 눈여겨본 뒤로는, 누군가에게 말을 건넨다는 게 곧 그 사람이 여기 있다고 알아봐 주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다음에 여럿이 함께 선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말을 건넬 일이 있으면, 제 말이 정말 그 사람에게 가 닿고 있는지, 제 눈은 그 사람을 보고 있는지, 저부터 가만히 살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