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자리에서 갑자기 이런 질문이 날아왔습니다. '그 나이 먹도록 결혼도 안 하고 뭐 했어요?' 저는 어색하게 웃었고, 마주 앉은 누구도 말리지 않은 채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습니다.
질문 자체는 몇 초면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그 몇 초 동안, 마주 앉은 분이 여럿이었는데도 누구 하나 '그건 지금 자리와 상관없는 질문이네요' 하고 끊어주지 않더라고요. 그 방의 조용함이 질문보다 더 오래 남았습니다.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은 존중이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표현'의 문제라고 했습니다 — 아무리 좋은 뜻도, 상대를 깎아내리지 않는 말과 몸짓의 형식을 갖추지 못하면 끝내 전달되지 않는다고요. 그 눈으로 그날의 면접장을 한번 떠올려 봅니다. 묻는 쪽과 뽑히는 쪽의 기울기가 워낙 크다 보니, 어느새 무엇을 물어도 되는 자리처럼 굳어버린 거죠. 그러니 그날 제가 웃어 보인 건 제가 무던해서가 아니라, 그 방에서 웃음이 유일하게 허락된 대답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왜 부끄러움이 제 몫이 됐는지를 한참 생각했습니다. 부끄러워야 할 사람은 따로 있었는데요. 그러다 문득, 저 역시 어딘가에서는 묻는 쪽에 앉아 있었다는 게 떠올랐습니다. 질문에도 무게가 있다는 걸, 답하는 자리에 앉아 보고서야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