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 손님이, 처음 보는 사이인데 대뜸 반말로 주문을 던집니다. '이거 얼마야, 빨리 좀 해봐.' 서비스업에서 일해 보셨다면, 이 말투 어디서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반말은 보통 사이가 어느 정도 가까워진 뒤에야 나옵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선 서로 처음 본 사이인데, 인사보다 반말이 먼저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그 말의 높낮이는 관계에서 온 게 아니라,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 상대의 나이와 옷차림을 슬쩍 훑어보고 '이 사람쯤은 낮춰도 되겠다'로 먼저 정해진 셈입니다. 아비샤이 마갈릿은 사람을 모욕하지 않는 사회를 '품위 있는 사회'라고 불렀습니다 — 구성원 각자가 착하냐가 아니라, 누구도 함부로 낮춰지지 않도록 제도가 최소한의 바닥을 깔아 두었느냐를 물은 것입니다. 이 장면에서 비어 있는 건 바로 그 바닥입니다. 손님이 어떻게 부르든, 일하는 사람이 받는 기본적인 대우만큼은 그날 상대의 겉모습 판단에 따라 오르내리지 않아야 하는데, 그 최소한의 선이 여기엔 놓여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반말이 먼저 나갈 때, 그 말은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도 전에 이미 그 사람을 한 뼘 낮춰 두고 시작합니다. 그런 첫마디의 높낮이는, 대개 상대가 아니라 상대를 훑어본 쪽의 짐작에서 옵니다. 오늘 처음 마주친 누군가에게 건넨 첫마디 — 그 높낮이가 무엇을 보고 정해졌는지, 그 한 대목만 오늘 하루 마음 한편에 얹어 두셔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