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뭐 하나 막히면 다들 저부터 찾아왔습니다. 신입도, 옆 부서도, 급하면 윗사람까지요. 그런데 정년이 가까워진 요즘은, 하루가 다 가도록 아무도 저한테 뭘 묻지 않는 날이 생깁니다.
뭔가를 누군가에게 묻는다는 건, 사실 그 사람을 '아직 뭘 아는 사람'으로 여긴다는 작은 신호입니다. 그래서 물음이 오간다는 건, 서로가 서로를 '아직 이 일의 한 사람'으로 확인해 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철학자 악셀 호네트는 이걸 '인정(Anerkennung)'이라고 불렀는데, 사람이 한 일이 '그 사람이 한 일'로 되돌아올 때 비로소 사람이 사람으로 선다는 뜻입니다. 그러고 보면 정작 빠진 건 그의 능력이 아닙니다. 하루가 다 가도록 조용한 건, 그 능력을 되비쳐 줄 물음 쪽이 먼저 줄었기 때문입니다. 이 조직에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통로는 있어도, 그가 쌓아 온 걸 계속 '물어봐 주는' 통로는 마련돼 있지 않았던 셈입니다. 정년이 그 자리를 비우기 한참 전에, 그를 향하던 물음이 먼저 자리를 뜬 것이고요.
물음이 끊긴다는 건 조용해서 좀처럼 드러나지 않습니다. 누가 내쫓은 것도, 자리를 뺀 것도 아니어서, 그저 '요즘 좀 한가하시죠'처럼 보일 뿐이니까요. 언젠가부터 유독 조용해진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건 그가 아는 게 줄어서가 아니라 그를 향하던 물음이 먼저 잦아든 것일 수 있습니다. 한가해 보이던 그 조용함 곁에, 아직 건네지 못한 물음 하나가 남아 있는 건 아닌지, 답을 서두르지 않고 잠시 머물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