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중에 기획안이 책상 위로 날아갑니다.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가 따라붙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그 장면을 다 봤습니다. 이런 회의실, 어딘가 본 것 같기도 하고요.
날아간 종이가 어디에 멈추든, 회의는 이어집니다. 안건이 남아 있고, 순서가 남아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순서 어디에도, 방금 날아간 종이를 어떻게 할지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 리처드 세넷은 함께 일하는 일을 '기술'이라고 불렀습니다 — 듣고, 상대를 살피고, 힘을 덜 쓰면서 말을 주고받는 솜씨는 사람이 여럿 모인다고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 눈으로 이 회의실을 보면 빠진 게 하나 드러납니다. 기획안을 평가하는 자리는 있는데, 평가를 건네는 방식을 익히는 자리는 없습니다. 그 광경을 본 사람들에게도 자리가 없기는 마찬가지고요 — 보긴 봤는데, 본 것을 어디에 둘지가 정해져 있지 않으니까요.
회의가 끝나면 다들 자기 자리로 돌아갑니다. 안건은 정리되고, 결정된 것들은 기록에 남습니다. 남지 않는 건, 그 방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간 방식 하나뿐이고요. 그 방식을 어디서 배우는지, 배우는 자리가 있기는 한지 — 오늘 들어갈 회의실 문 앞에서 문득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