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을 보러 갔는데, 이력서의 빈 기간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가 한 번 바뀝니다. 그때부터는 질문에 답하는 게 아니라, 그동안 뭘 했는지를 자꾸 해명하게 됩니다. 이런 면접, 한 번쯤 앉아 보신 분 계실 거예요.
면접이 그 빈 기간에 던지는 질문은 대개 '왜'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왜'에 마련된 정답의 자리는 하나뿐입니다 — 납득할 사유를 대서 공백을 지우는 것. 아이를 돌봤든, 아팠든, 그저 다음을 고르느라 멈췄든, 그 시간을 '한 사람이 살아낸 시간'으로 적어 둘 칸은 그 자리에 없습니다. 철학자 아비샤이 마갈릿은 품위 있는 사회를 '제도가 사람을 모욕하지 않는 사회'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모욕은 누가 언성을 높이는 게 아니라, 멀쩡히 지나온 시간을 해명해야 할 흠으로 되돌려 세우는 절차 그 자체입니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비어 있는 건 그 사람의 몇 달이 아니라, 그 몇 달을 흠이 아니라 삶으로 받아 줄 칸 하나입니다.
누군가의 멈췄던 시간에 대고 '왜 그랬냐'부터 묻는 자리는, 면접장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오래 쉬었던 사람이 다시 곁에 설 때 먼저 건네는 첫마디에는, 안부와 해명 요구 사이의 얇은 한 칸이 늘 끼어 있습니다. 그 칸에 무엇을 놓아 두는지는, 정작 그 시간을 지나온 사람이 가장 먼저 알아차리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