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깨달음 · 오늘의 깨달음
역량

몇 년을 배우고 온 보조견과, 아직 배운 적 없는 입구가 마주 서 있었습니다.

보조견과 함께 매장에 들어서는데, 입구에서 '개는 안 됩니다'부터 나왔다고 합니다. 실랑이 없이, 걸음은 그대로 돌아섰고요. 어느 동네에서든 한 번쯤 있었을 법한 장면입니다.

그 개는 한 사람의 눈과 발이 되기까지 몇 년을 배우고, 여러 번의 시험을 통과해 그 입구까지 왔을 겁니다. 그러니 그날 입구에 서 있던 건 '손님과 개'가 아니라, 한 사람이 세상을 걸어 다니는 방식 하나였습니다.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이 지점을 '역량'이라는 말로 다시 봅니다 — 무언가를 할 능력이 있어도, 세상이 그것을 펼칠 자리를 내주지 않으면 그 능력은 아직 그 사람의 자유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날 그분에게 모자란 건 없었습니다. 걸을 수 있었고, 고를 수 있었고, 계산할 수 있었습니다. 비어 있던 건 입구 쪽이었습니다 — 그 가게가 알고 있는 '손님의 걸음'이 한 가지뿐이어서, 다른 걸음으로 오는 사람이 놓일 자리가 규칙 안에 없었던 겁니다. '개는 안 됩니다'가 막아선 건 개가 아니라, 한 사람이 자기 힘으로 하루를 다니는 방식이었습니다.

돌아선 걸음 뒤에서 매장은 평소처럼 돌아갔을 겁니다. 그날 일어나지 않은 일들 — 주문되지 않은 한 끼, 오가지 않은 인사 — 은 어느 장부에도 남지 않았을 테고요. 다만 우리 대부분은 문 밖이 아니라 문 안쪽에 서 있어서, 안쪽에서 무심코 붙인 '안 됩니다' 한 줄이 바깥의 어떤 걸음을 돌려세우고 있는지는 좀처럼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오늘의 시선 — 마사 누스바움(Martha Nussbaum): 역량 접근법 — 존엄은 자기 역량을 실제로 펼칠 자유에 있다 · 능력이 있어도 세상이 그걸 펼칠 자리를 내주지 않으면, 그 능력은 아직 그 사람의 자유가 아니라고 보는 시선입니다.

이 시선을 더 들여다보고 싶다면

역량의 창조 (Creating Capabilities) · 마사 누스바움 · 2011

한 사회가 좋은 사회인지는 평균 소득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이 될 수 있는지로 봐야 한다고 말하는 책입니다.

입구 하나가 어떻게 한 사람의 '할 수 있음'을 조용히 지우는지, 이 시선을 더 들여다보고 싶다면 펼쳐볼 만한 책입니다.

PPAI Lab · 게임 소개
BuddyDrop

친구랑 통화하면서 같이 블록을 떨어뜨리는 듀얼 블록 게임. 둘이 한 화면, 한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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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

오늘 아무렇지 않게 통과한 입구 가운데, 다른 걸음으로 오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열려 있는 곳은 몇이나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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