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에 서 있으면 '야! 알바!' 하는 소리가 먼저 날아옵니다. 이어지는 말도 딱 두 마디, '소주' 그리고 '계산'. 어디선가 한 번쯤 보거나 서 있어 본 자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간 말을 하나씩 떼어 놓고 보면, 전부 물건 아니면 절차에 대한 말입니다. '소주'는 술을 가리키고, '계산'은 순서를 가리키죠. 정작 그 말을 받아 움직이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은 한마디도 섞여 있지 않습니다. 리처드 세넷은 이런 자리를 두고 '존중'을 이야기했습니다 — 사람 사이의 존중은 저절로 흐르는 게 아니라 누군가 건네야 비로소 두 사람 사이에 오간다는 거예요. 그렇게 보면 이 장면에 비어 있는 건 예의범절이 아니라, 상대를 '일하는 손'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 부르는 그 한마디입니다. 주문은 빠짐없이 정확하게 전달됐는데, 그 정확함 안에 사람이 설 자리 하나만 빠져 있던 셈이죠.
급할수록 부름은 짧아집니다. 그리고 짧아진 부름 안에는 그 사람이 지금 맡은 일만 남고, 그 일을 맡은 사람은 슬그머니 빠지죠. 정작 카운터 안쪽에 서 있는 건 '알바'라는 역할이 아니라, 그 역할을 잠시 걸치고 있는 한 사람인데 말입니다. 다음에 누군가를 급히 부르게 될 때, 입에서 먼저 튀어나온 그 한마디가 일을 향한 것이었는지 사람을 향한 것이었는지, 그 짧은 순간이 조금 다르게 다가올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