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깨달음 · 오늘의 깨달음
목적성

'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쉬워서 좋아' — 좋다던 그 세 가지는, 사람이 아니라 물건을 고를 때 쓰는 말이었습니다.

회식 자리, 누군가 잔을 들며 웃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쉬워서 좋아.' 다들 따라 웃고 잔이 부딪힙니다. 어느 술자리에선가 오갔을 법한, 그런 농담입니다.

고르기 쉽다, 다루기 쉽다, 자르기 쉽다. 이 세 마디는 원래 사람에게 붙던 말이 아닙니다. 물건을 살 때, 도구를 쓸 때, 부품을 갈아 끼울 때 쓰던 말입니다. 칸트는 사람을 대하는 오래된 원칙 하나를 남겼습니다 — 사람은 한낱 수단으로만 다뤄선 안 되고, 언제나 목적으로도 대해야 한다는 것. 목적으로 대한다는 건, 저 사람이 무엇에 쓸모 있느냐를 따지기 전에 그 자체로 여겨진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방금 그 칭찬에는 쓸모의 목록만 늘어서 있고, 정작 그 사람 자체가 놓일 자리는 없습니다. 웃음이 그 빈자리를 잠깐 덮었을 뿐입니다.

칭찬처럼 들리는 말일수록, 그 안에 사람이 목적으로 놓였는지 도구로 놓였는지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습니다. '쉬워서 좋다'는 말이 오간 자리에는 쓸모의 목록만 남고, 정작 그 쓸모의 주인은 이름 없이 지나가곤 합니다. 웃음이 잠깐 덮어 둔 그 자리를, 오늘은 서둘러 지나치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오늘의 시선 —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목적의 정식 — 사람을 한낱 수단으로만 다루지 말 것, 늘 목적으로도 대하라 · 사람은 무언가에 쓸모 있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도구로만 여기는 순간 사람의 자리가 사라집니다.

이 시선을 더 들여다보고 싶다면

《도덕형이상학 정초 (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 · 임마누엘 칸트 · 1785

사람을 한낱 수단으로만 대하지 말고 언제나 목적으로도 대하라는, 도덕의 근본 원칙을 세운 얇지만 묵직한 고전입니다.

'쉬워서 좋다'는 말이 왜 서늘하게 남는지, 그 자리에 무엇이 빠져 있는지를 이 책의 목적의 정식이 또렷하게 비춰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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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ypso

매일 아침 한 편, 4분의 뒷이야기. 도움은 안 되지만 그냥 읽어보면 재밌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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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

오늘 내가 누군가를 '쉬워서 좋다'고 여긴 순간이 있었다면, 그 말속에 그 사람이 목적으로 앉을 자리는 남아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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