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을 정리해 이력서를 넣고, 면접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몇 마디 오가기도 전에 '나이가 좀…' 하는 말에서 대화가 접혔습니다. 준비해 간 이야기는 가방 밖으로 나오지도 못한 채였고요.
면접이라는 자리는 보통, 마주 앉아 이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고 마련됩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는 그 확인이 시작되기도 전에 문이 닫혔습니다. 나이라는 한 줄이, 그 뒤에 이어질 모든 이야기를 대신 판단해 버린 셈입니다.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존엄을 '자기가 가진 역량을 실제로 펼쳐 볼 자유'에서 찾았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느냐만이 아니라, 그걸 보여줄 자리가 열려 있느냐를 함께 물은 것이죠. 이 장면에서 비어 있는 건 그 사람의 능력이 아니라, 능력이 드러날 수 있는 몇 분입니다. 할 수 있는 것을 꺼내 놓을 자리가 처음부터 마련되지 않았다면, 정작 그 자리에서 읽힌 건 그 사람이 아니라 나이라는 한 줄뿐인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를 짧게 판단하게 되는 순간은 하루에도 여러 번 스쳐 갑니다. 그 판단이 내려지기 전에, 상대가 무언가를 보여줄 자리가 한 번이라도 열려 있었는지. 닫힌 문 뒤에 남은 것이 정말 그 사람의 부족함이었는지, 아니면 끝내 열리지 않은 몇 분이었는지. 오늘 스쳐 보낸 어느 얼굴 앞에도, 미처 열어 두지 못한 그런 몇 분이 있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