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계산대 앞. 한 사람이 화면을 못 넘겨 '이거 어떻게 해요?' 하고 직원을 부릅니다. 돌아온 첫 마디는, 줄 선 사람들도 다 듣게 '뒤에 밀려요'. 이런 계산대, 요즘 한 번쯤 서 보셨을 겁니다.
이상한 건, 그 대답의 내용이 아니라 크기였습니다. '뒤에 밀려요'라는 말 자체는 그냥 안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줄 선 사람들 귀에까지 닿는 순간, 안내는 한 사람을 줄 전체 앞에 세워 두는 일이 됩니다. 철학자 아비샤이 마갈릿은 '품위 있는 사회'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 그 사회의 제도와 관행이 사람을, 특히 서툴거나 느린 사람을 남들 앞에서 깎아내리지 않는 사회라고요. 이 장면에서 비어 있는 건 직원의 친절이 아닙니다. 못 누르는 사람이 남들 시선 밖에서 조용히 물어볼 수 있는 자리, 그 한 칸이 무인 계산대라는 설계에는 처음부터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기계는 계산대를 대신했지만, 헤맬 때 기댈 자리까지 대신해 주지는 않았습니다.
누구를 탓하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무인 계산대가 하나둘 늘어나는 동안, 헤매는 사람이 남들 앞에 서지 않고도 물어볼 수 있는 자리는 그만큼 함께 마련됐을까요. 다음번 화면 앞에서 누군가 손을 멈추고 두리번거릴 때, 목소리를 낮춰 기댈 곳이 그 화면 어딘가에 남아 있는지 — 한 번쯤 그 자리를 떠올려 보게 됩니다.